나의앨범/일상생각

비 오는 날

두암산 2016. 7. 24. 10:40


소나기 오는 날

 

         어제는 7월 장마 중에 비가 많이 오는 하루였다.

하늘에 물구멍 이 뻥 뚫려있는 듯 장대비가 쏟아지며 천둥 번개가 치는데 무섭기도 하였습니다

괜히 죄지은 일은 없나 불안한 마음이 들며 웅크린 마음이었는데, 죄 짓고 남 못살게 굴며 피해를 준 사람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나 역시 괜히 양심에 가책 되는 일이 없는나가 생각하여본다.


어저께 우연히 돌을 던졌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네다리를 쭉 뻗고 파르르 떠는 생각을 하는 순간...

 

뿌 찌지 직.. 꾸 꿍 꿍! 꽝 쾅 ! ! ~ 아악 쿵!!

가슴을 웅크리고 가는 숨을 쉬며 간이 떨어질 것 만 같다.

연거푸 번개와 벼락이 내려치는데...

무섭다 못해 이불 속에 묻혀 귀를 막고 싶다.

죄 짖고 살면 안 되겠다.

~ 쏴하며 내뿌리는 소나기에 불안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시원하고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옛적 우리아버님께서는

여름,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논 방천이 날까보아 삽을 챙기고 처마 끝에 걸어놓은 우장을 걸치고 논으로 나가려고 하면

우리엄니는 철수 아부지, 비가 좀 개거든 나가시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번적하며 쾅 쾅! 쏴와 연발 천둥이 치면서 어딘가에 부디쳐 박살나는 소리에 움추려 들었나 싶다.

어무니는 허간에 가서 집거무적을 한 우 가져와서 연기를 피우신다. 어린 마음에도 천둥 소리는 그칠것같지는 않은 생각이 든다.

 

     불안한 마음이 들고 초조 할 때, 옛적 할머님께서 하셨던 위로를 가지려는 요식행위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아버님께서는 어느 사이 논에 나 같다 오시더니

논두렁 방천은 괜찮 그만..”

하면서 들어 오시시는 아부지 특유한 미소를 띄우는 모습을 보니 좋은 일이 있으신가보다.

 

집시락 처마 끝에 도랑물 흐르듯 하던 빗줄기는 어느 사이 가는 줄기로 변하여 떰벙 떰벙 떨어지며 빗방울 떨어진 자국에 물 빠꿈이 둥 그렇게 나는 것을 보니 아직 큰비가 더 오려나 부다.

 

       보리때 모자에 우장을 쓰고 왼손에는 삽 오른손에 풀 꿤지에 미꾸라지 몇 마리를 꿔어 들고 싸리문으로 들어오신다.

아버님 얼굴만 보아도 기분이 좋으셨나 보다.

논에 갔다 오는 길에 길바닥에 미꾸라지가 기어가기에 잡아왔어

옛적에는 미꾸라지가 많기도 하였지만, 비가 오면 새 빗물 따라 길바닥으로 기어 올라온 미꾸라지가 많았는데 그것을 잡아오셨던가보다.

울타리에 고개 숙이고 있는 호박잎을 몇 개 따서 들고 오시면서 잎에 묻은 빗물을 터느라 손에 잡고 있던 호박잎을 머리위로 추겨 올리시더니 확 뿌려 치신다. 집거무적을 한 우금 들고 부엌으로 가신다.

미꾸라지 엄청 큰놈 5마리 왼손에 호박잎에 올려놓고 소금을 조금 뿌리고 둘 둘 말아 싸서 집거무적 불을 붙이고 나서 그 불에 호박잎에 싼 미꾸라지를 넣고 연속 불을 지피신다.

얼마 후 구수 한 냄새가 집안에 진동한다.

 

얼마가 지나자 침이 꼴깍

너도 한번 먹어봐라 하시며 한 마리를 건네신다. 밭아 들고 입에 대는 순간 음.. 정말 맛있다. 마음 같아 서는 구운 미꾸라지 다 먹고 싶다.

 

아부지

느그매도 좀 먹어보소?”

엄니

느가버지나 먹소 난 안 먹을 라요

어느 사이 어머니께서 바가지에 하지감자를 극고 계신다. 비도오고 촐촐하여서인지 감자껍질을 벗기고 솟 단지에 넣고 삶으신다.

 

삶은 감자 찌는 냄새와, 미꾸라지 구웠던 냄새 비가오고 궁금해서 그런지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한다.

 

빨리 먹고 싶다.

잠시 후, 가만히 있던 마구간에 소가 음~. . 메하며 나도 달라고 소리한다.

어머니께서 우리가 먹기도 전에 감자 몇 개 바가지에 담아 마구간 쪽으로 가시더니 소 구시 통에 넣어 준다.

소가 얼른 일어서며 맛있는지 야금야금 금 새 먹어 치워버리며 엄니를 향해 멀그머니 처다 보고 있다.

또 한바가지 들고 앞집 대울타리 가까이가시더니 춘식이 어머니 하며 몇 번 부른다. 뭐라고 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감자를 건네 주시는가보다.

그리고 나서 마루위로 감자를 내오신다.

사카리 어디 있제 하며 벽장문을 열더니 신문지에 싼, 좁쌀처럼 적고 하얀 것을 양판에 몇 개 넣고 까분다. 단맛이 고루 섞어지라 몇 차례 흔들고 나서 먹는 그 맛 꿀맛이 아닌가? 정말 맛있다.

 

감자를 먹다 울타리너머 강 건너 오봉산 쪽을 바라보니 산에 나무들이 한층 푸르게 보이며 하얀 구름이 산 아래쪽에서 위로 아름답게 그림을 그리며 올라간다.

 

비가오가가 그친 후 구름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 비가 그쳤다는 자연을 바라보며 익힌 풍경이다.

비를 머금은 대나무 끝은 빗물에 무거운지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이로 보이는 많이 자란 나락잎은 푸르다 못해 검푸르게 보인다.

아버지 감자를 몇 개먹고 나시더니 망태와 낫을 챙기신다. 깔을 베어 누렁 소 저녁 소죽을 쑤어주기 위해서 홀연히 싸리문 쪽으로 나가신다. 엄니는 어느새 샘에 갔다 오셨는지 물을 길러 물동이를 이고 들어오시며

이제 저녁 반찬을 만들어 야제

하시며 터 밭으로 나가신다.

 

낫을 들고 울타리 반듯한 대를 하나 베어 가지를 치고 낚시 대를 만들어 끝에 고래심줄을 붙들어 메어들고 지렁이 몇 마리 잡아 호박잎에 싸가지고 섬진강가로 나간다.

 

오늘... 메기 큰놈이나 잡혔으면 좋겠다.

                                                         2016.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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